사소한 일도 모두 기록하는 습관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난 12월 27일에 봤던 오픽 시험 후기에 대해 솔직하게 공유하고자 합니다.
이전에 오픽 시험을 본 적은 없습니다.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영어 공부를 하겠다고 마음을 먹었고(사실은 쓸데없는 영어 시험을 위한 공부) 약 9~10일의 시간을 두고 오픽 시험을 신청했습니다. 기한을 짧게 잡은 이유는... 1달 뒤에 오픽 시험이 있다면 아무래도 여유를 부리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요 ㅎㅎ 준비 기간이 10일이 채 안되니 불안하고 걱정되어 열심히 하게 되더라구요.
저는 친구가 사용했던 2019년에 출판된 "2주만에 끝내는 해커스 OPIC Advanced 공략" 문제집을 그대로 참고했습니다. 문제집을 따로 구입하기도 싫었고, 모범답안이나 전략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참고하실 분들은 아래 해커스영어 사이트에서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2주 만에 끝내는 해커스 OPIc(Advanced 공략) :: 해커스영어 (hackers.co.kr)
그리고 전 유튜브 "오픽노잼"을 정말 많이 봤습니다. 다른 학원에서 알려주는 모범답안이나 전략이 있는데, 정말 학원스럽더라구요. 오픽 시험은 "자연스러운 회화 스킬"을 중요시한다는데, 스크립트도 딱딱하고, 표현도 구어체의 느낌이 나지 않았습니다. 반면, 오픽노잼은 캐나다 교포분이 운영하는 채널인데 진짜 원어민이 사용하는 표현, 자연스러움을 추구해서 많은 도움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머리 속에 박힌 필러(Filler) 표현들... 평소에 이런 표현들을 전혀 쓰지 않았는데 오픽 시험 준비를 하면서 완전히 입애 뱄습니다. 시험장에 가서 녹음을 할 때에도 중간에 할 말이 떠오르지 않거나, 준비한 말을 잊어버렸을 때 멈추지(pause) 않고 필러 표현들을 썼습니다.
1. Um..
2. Uh..
3. You know,
4. I mean,
5. Like
6. What am I trying to say...(anyway)
오픽 시험을 위한 팁은 제 개인적 느낌으로는 "연기" 가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시험을 한 번 밖에 보지 않았기 때문에 엉터리일 수도 있지만, 오픽 가상 시험관 Eva와 대화하는 느낌이 물씬 나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저는 앞에 외국인이 앉아있다 생각하고 제스쳐, 표정 연기까지 하면서 녹음했던 것 같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었던 것은 틈만 나면 시청했던 미드 "프랜즈(Friends)" 였습니다. 그들의 제스쳐, 표정 연기, 목소리 톤을 따라했고, 일부러 오버한 적도 많습니다. 이렇게 해야 긴장되는 시험장 안에서도 충분히 연기할 수 있고, 내 답변이 스크립트처럼 딱딱하게 들리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스크립트 준비" 는 저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외국에서 3, 4년 이상 사신 분들을 제외하고는 자신이 예상하지도 못했던, 혹은 관심이 아예 없는 분야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그 자리에서 대답하기 힘들 것입니다. "우리나라 지형에 대해 말해봐라" 라는 질문에 한국어로 대답하라 해도 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한 스크립트 준비는 달달 외우기보단 이런 질문이 나왔을 때 어떤 대답을 할지, 방어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오픽 돌발 질문 유형 중에 패션 관련 주제가 있는데, 전 패션에 관심이 없어 뭘 말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패션 주제를 물어본다면 최소한 이거라도 대답해야지 하는 준비는 했던 것이죠. 물론, 오픽노잼의 "꿀팁" 대로 잘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하게 대답하는 표현들도 공부해가면 좋습니다. 다만 모른다고만 하고 넘어가기보단 제가 말씀드린 "최소한 1~2 문장 정도의 답변" 준비는 필요합니다. 저는 패션 질문이 나오면 적어도 아래 문장만큼은 대답할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와우, 사실 난 패션을 잘 몰라. 옷이나 신발에 그렇게 관심이 많지 않거든. 그런데 보니까 요즘 한국 사람들은 튀는 옷을 좋아하는 것 같아. 색깔이 화려한 옷을 입어서 다른 사람들 관심을 끄는 걸 즐기나봐. 솔직히 말해서, 난 사람들 관심이 불편해, 그래서 그들 생각을 이해하진 못해..."
패션을 몰라도 이 정도 답변하는 것이 내가 영어를 못해서 모르는 것이 아니라 진짜 패션을 모르는 것이고, 내 영어 대화 스킬은 충분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이제 제가 받았던 질문을 공유하겠습니다. 그 전에 참고로 저는 오픽 시험을 위해 1주일 동안 매일 6~7시간 이상 공부했습니다. 오픽 유형이 설문조사, 돌발, 롤플레잉 등으로 간단해보여도 질문 주제가 굉장히 다양해서 준비할 것이 많았습니다.
1. 자기소개 해봐.
2. (거주지) 너가 가장 좋아하는 방(room)이 뭐야?
3. (거주지) 지금 집을 꾸미기 위해 뭐를 해봤어?
4. (거주지) 지금 집과 옛날 집의 차이점은 뭐야?
5. (설문조사) 너 제일 좋아하는 카페 어디야? 왜 좋아해?
6. (설문조사) 너가 좋아한다고 했던 카페는 어떻게 알게 된거야? 우연히 본거야?
7. (설문조사) 너가 좋아한다고 했던 카페에 얼마나 자주 가? 혼자 가? 아님 친구랑? 가서 뭐해?
8. (돌발질문) 요즘 다들 스마트폰 사용하잖아. 스마트폰의 가장 큰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
9. (돌발질문) 지금 너가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랑 옛날 핸드폰의 차이점은 뭐야?
10. (돌발질문) 넌 스마트폰으로 주로 뭘해? 어떻게 사용하는지 말해봐.
11. (롤플레잉) 너가 친구 MP3 플레이어 망가뜨렸어. 친구한테 전화해서 상황 설명하고 대안 2~3가지 제시해봐.
12. (롤플레잉) 너가 MP3 플레이어 사고 싶은데, 친구한테 전화해서 이것저것 3~4가지 정도 물어봐.
13. (돌발질문) 옛날에 전자기기가 고장난 적 있어? 그때 상황과 해결했던 방법을 설명해봐.
14. (돌발질문) 너의 이웃나라와의 관계 변화에 대해 설명해봐. 경제든, 정치든 어느 분야 상관없이.
15. (돌발질문) 이웃나라와 있었던 기억에 남는 사건에 대해 설명해봐(확실하지 않음 ㅠ)
질문은 역시나 콤보 셋(combo set)으로 나왔고, 저는 난이도를 5-5로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저는 15번 질문을 아예 스킵했다는 거죠. 문제 스킵은 제 예상에는 없던 시나리오인데, 문제당 답을 길게 했는지 시간이 없었습니다. 14번 질문에 대답을 다 하고, 15번 문제를 듣는데 40분이 다 채워졌습니다.(시험관이 얄짤없이 헤드셋 벗으라고 하더군요...) 주위를 둘러보니 시험장에는 저 혼자 밖에 없었습니다.
제 "마지막 팁" 은 또 연기와 관련된 것인데, 본인의 캐릭터를 정하고 가라는 것입니다. 저는 비교적 운이 좋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스마트폰, MP3 플레이어 등 돌발질문 및 롤플레잉 주제가 기술과 관련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오픽 시험을 준비하며 제 자신을 "커피 좋아하고, 카페 가서 음악 감상 및 독서 좋아하고, 기술에 관심있는 사람" 으로 정했습니다. 이렇게 캐릭터 설정을 하니 모든 질문을 컨트롤 하면서 자연스럽게 연결할 수 있더라구요.
실제로 거주지 관련 문제에도 방에 각종 커피 원두가 있다고 대답했고, 스마트폰으로 음악을 감상한다고 했고, 프로젝트 시연을 하는데 노트북이 문제가 생겨 pc방을 가서 해결했다고 했고, 중국과 기술적 격차가 점점 벌어져 기술 산업 방면에 관계가 변화되었다고 했죠.
15번 문제를 아예 스킵해서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결과는 다행히도 AL 등급이 나왔습니다. 이외에 다른 질문이 있다면 편하게 댓글로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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